건축가가 알아야 할 건설법제도의 기초(1)

학자 · 2024. 6. 11.

저도 설계사무소에서 직접 설계실무를 했었고, 지금은 설계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설계자들은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법령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아 지속하려면 결국 건축가 자신이 신뢰받을 수 있는 건축가라야 합니다. 건축주가 가장 먼저 붙잡고 물어보는 사람 역시, 당연히 설계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현장에서 멋진 구상을 표현하기 위해 컨셉 스케치를 일부러 연습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표현하여 신뢰를 얻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건설법령의 이해도 다르지 않습니다. 얼만큼 지을 수 있는지, 이 땅에서 건축을 하려면 어떤 대관업무를 해야 하는지, 이 땅에 적용되는 규제가 무엇인지, 지구단위계획은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등등.. 건축주의 의문에 적절한 해답을 내놓으며 신뢰를 형성할 필요도 있습니다.

건축가는, 특히 건축사는 건축주를 대리하여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만큼 자신의 직역을 규제하는 법령 정도는 이해하고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저는 박사 과정 지도교수님인 김종보 교수님의 아래 저서를 기초로 하여,

설계자가 꼭 알아야 할 건설법제도에 관하여 안내를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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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이 건축주에게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말은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내 땅에 내가 짓겠다는데 대체 왜 못한다는 것인가”


실로 그렇습니다. 토지의 소유자는 그 소유권을 있는 그대로 행사하고 싶을 것인데, 여러 가지 건설법령이 토지의 소유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주는 자신이 소유한 토지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규모 이하로, 일정한 용도로, 일정한 기능을 갖춘 건축물만을 건축할 수 있는 것입니다.

헌법 제23조는 재산권 보장의 원칙을 천명하며 원칙적으로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도록 하고 있으나,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재산권의 제한도 예정하고 있습니다. 재산권의 제한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공익상 반드시 필요한 이유로만 제한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재산권의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재산은 토지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토지는 특히, 본질적으로 더 확보될 수 없는 제한된 자원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재산권을 제한하는 법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토지의 소유권 행사를 제한하는 건설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건설법이란, 택지조성, 아파트, 업무시설 등 여러 가지 건축물의 건축, 또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또는 도시기반시설의 설치 등 “도시의 물리적 공간형성에 간여하는 공법 규정의 총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김종보, 건설법의 이해 발췌). 여기에서의 “공법”은 국가와 국가, 또는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행정법을 의미합니다.

건설을 공법으로 통제하는 이유는 건축이 그 자체로 공법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축물은 제한된 토지를 사용하여 도시의 구조와 질서를 형성하고 도시를 작동시킵니다. 그리고 건축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건축행위를 단순히 개인 간의 계약만으로 착수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없겠지요.


건설법은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진 법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 땅에 내가 짓겠다는데 대체 왜 못하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하여서도 개별 건설법령은 여러 가지 내용으로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률들은 개별 프로젝트에 적용되며 해석상의 다툼이 생길 수 있고, 실제로도 많은 다툼이 발생합니다. 법률의 해석에는 정답이랄 것은 없습니다. 관념이 표현되는 수단으로서의 언어는 본질적으로 그러합니다.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실질적으로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대법원의 해석이나 유관기관의 유권해석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결도, 유권해석도 사회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계속 변경되고는 합니다. 아직까지 변경되지 않은 유권해석이나 판결도 현재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부분이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설계자는 단순히 주류적인 판례와 유권해석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논리적인 반박을 통해 건축주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켜, 원하는 설계의도를 구현해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려면, 건설법령의 구조와 목적에 관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음 글에 계속됩니다.

2024.06.11.

변호사 이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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