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처벌로 예방할 수 있는가: 위헌성 논의
중대재해처벌법은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강한 의지의 산물입니다. 2022년 1월 시행 이후, 안전을 소홀히 한 경영자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한 입법 취지는 많은 공감도 얻었습니다. 그러나 법이 아무리 절실한 목적을 담고 있더라도, 헌법적 원칙과 충돌한다면 그 정당성은 근본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가장 큰 논란은 법률의 명확성 문제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보 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법률 조문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시행령이나 행정지침을 통해 보완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형벌법규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무엇을 하면 처벌받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법률 스스로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납니다. 학계에서는 이와 같은 구조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형벌 책임은 개인(또는 법인)의 행위에 기반해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과도 충돌합니다. 실제로 많은 중대재해는 현장의 실무자나 하청업체의 관리 부실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결과에 대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 행위가 없었더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추정되는 현재의 구조는 형사법 체계의 기본을 흔드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법의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 간의 괴리도 문제입니다. 법은 모든 경영책임자에게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여건은 기업의 규모나 산업에 따라 현저히 다릅니다. 중소기업은 안전조치 이행을 위한 인력과 예산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체계적 대응을 위한 법률지원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처벌 구조를 적용하는 것은 실질적 평등에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강한 처벌이 예방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그와 다소 다릅니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은 자발적 안전관리 강화보다는 책임 회피와 의사결정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오히려 현장의 안전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어떻게 해야 처벌받지 않는지’, 또 ‘어디까지가 내 책임인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법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현재까지도 여러 건의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위헌 여부를 다투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판결의 결론과 별개로, 이 법이 실질적인 재해 예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헌법적 정당성과 제도적 균형을 함께 갖추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법은 목적만으로 정당해지지 않습니다. 그 목적을 실현하는 방식이 헌법적 원칙과 부합할 때 비로소 제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현장에 남기는 메시지가 공포가 아닌 신뢰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처벌이 아닌 예방의 구조를 중심에 두는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강한 법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며, 제도 역시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구성되어야 합니다.
2025.05.11.
이 규 황
변호사 | 건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