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감정] 감정신청의 절차와 유의사항

변호사 · 2025. 4. 27.

건설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은 사실심리의 일환으로 **‘건설감정’**을 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은 단순히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아니라, 소송의 결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인정 작업입니다. 감정절차는 통상 법원이 직권으로 감정인을 지정하거나, 당사자의 합의를 반영하여 선임하면서 시작됩니다. 지정된 감정인은 소송기록을 열람하고, 현장조사를 실시하며, 필요시 당사자와 면담하거나 추가자료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감정인은 감정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고, 이후에는 감정인 신문을 통해 추가적인 설명이나 사실관계를 확인받는 절차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감정인의 역할은 단순히 주관적 견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기술적 판단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다만 감정서가 곧바로 재판부의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감정 결과를 증거 중 하나로 삼아 다른 자료들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실을 인정하거나, 감정의 전제사실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면 감정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감정인은 과학적·기술적 사실을 밝혀야 할 책임이 있을 뿐, 법적 책임 귀속까지 단정지을 권한은 없습니다. 실무상 건설감정은 분쟁의 핵심인 시공상의 하자, 설계상의 오류, 추가공사의 범위와 대가 산정 등 매우 복잡하고 전문적인 쟁점을 다루기 때문에, 감정인의 질문설정과 자료정리가 소송 전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건설감정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쟁점으로는 대표적으로 △시공상의 하자 존재 여부 및 그 범위 △설계오류의 유무와 정도 △공사비 산정의 적정성 △공정지연 및 지체상금 발생 원인 △부대공사나 추가공사의 발생 경위 및 비용 산정 △자재 및 시공방법 변경의 기술적 타당성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하자에 관한 감정은 하자의 존재뿐 아니라, 하자의 원인, 수선 가능 여부, 수선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평가하는 것을 포함하므로,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설계오류에 관한 감정도 단순히 오탈자나 경미한 착오를 지적하는 수준이 아니라, 해당 오류가 시공·사용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건설감정에 임할 때에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감정신청서에 기재될 질문의 설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질문이 모호하거나 불리한 전제를 깔고 작성되면, 불리한 감정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감정촉탁 전에 감정사항(질문목록)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시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여 수정하거나 추가질문을 요청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합니다. 둘째, 현장조사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감정인의 현장방문 때 필요한 도면, 사진, 공사이력 자료를 사전에 정리하고, 당사자측 전문가가 동석하여 사실관계를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셋째, 감정서 제출 이후에도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감정인의 설명이 모호하거나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을 경우, 감정인 신문을 신청하여 추가질문을 하고 오류를 지적하는 절차를 준비해야 합니다.

건설감정은 기술과 법이 만나는 지점에서 진행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사실심리의 무대입니다. 건설분쟁의 실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감정절차를 단순한 ‘외부 전문가의 도움’ 정도로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나, 감정 준비단계부터 철저히 전략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소송의 운명이 감정 하나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2025.04.27.

이 규 황

변호사 | 건축사

네이버 블로그 원문 보기 ↗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