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감정] 건설감정촉탁의 실무 – 질문 설정과 대응 전략
건설분쟁에서 감정은 단순한 참고자료가 아니라 소송의 결론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특히 건설감정에서는 ‘감정촉탁서’에 기재된 질문사항이 감정의 범위와 방향을 사실상 결정하게 됩니다. 실무상 감정촉탁서는 대부분 감정신청인이 제출한 감정신청서를 법원이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채택해 감정기관이나 감정인에게 발송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감정신청서를 작성하는 단계부터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하며, 감정촉탁서 작성 과정에서 별도의 구제 기회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감정촉탁서에 기재될 질문사항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하자 존재 여부를 감정한다”, “공사비 정산에 필요한 사항을 감정한다”는 식으로 질문을 설정하면, 감정인도 모호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법원 역시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질문은 △대상 범위(예: 제2공구 내 C동 지하주차장 바닥면) △비교 기준(예: 설계도서 및 관련 시방서 기준) △판단 기준(예: 설계·시방에 부합 여부) △필요한 추가 평가(예: 보수공법 및 소요비용 산정)까지 체계적으로 세분화하여 설계해야 합니다. 또한 하자나 설계오류의 경우 원인까지 밝히도록 하고, 손해액 산정과 관련된 경우에는 보수비 산정의 구체적 공법과 단가산출 방식까지 명확히 지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무상 감정촉탁 전 감정신청서 작성 단계에서는 반드시 예상 쟁점별로 질문을 세분화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질문을 설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설계상의 변경이나 추가공사는 합의된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단순히 추가공사의 유무만 묻지 말고 “계약상 합의되지 않은 변경·추가공사의 내용과 그 발생 경위”까지 질문해 두어야 나중에 유리한 입증이 가능합니다.
또한 현장조사에 대비해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감정인은 감정촉탁서의 질문사항을 중심으로 현장을 조사하므로, 조사 대상과 관련된 도면, 시방서, 시공이력표, 변경내역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현장에 비치하고, 필요시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당사자측 전문가가 동행할 경우, 감정인의 질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예상 질문과 답변을 사전 리허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최초로 감정인의 인상을 좌우하는 만큼, 자료를 정리된 형태로 신속히 제시하고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감정서가 제출된 이후에도 끝난 것이 아닙니다. 감정결과가 불리하거나 사실관계와 다른 경우, 감정인 신문을 통해 보완하거나 오류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감정서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감정인이 잘못 전제한 사실, 누락한 자료, 기술적 오류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할 질문목록을 사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감정인 신문은 감정인을 공격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재판부에 정확한 인식을 심어주는 기회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결국 건설감정촉탁은 소송 전반을 관통하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감정신청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 현장조사를 어떻게 준비하느냐, 감정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정촉탁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소송의 ‘제2의 심리’이며, 감정이 곧 사실이 되고, 사실이 곧 판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025.04.28.
이 규 황
변호사 | 건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