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리에 있다는 확신

수필 · 2025. 7. 12.

사무실에는 유난히 조용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의 자리에서도 말을 아끼고, 가끔은 필요 이상으로 신중하기도 합니다.

표정을 읽기 어려운 날이 많고, 무언가 말하려다 삼키는 기색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일이 많습니다.

요즘 들어, 그런 기색이 자주 눈에 밟혔습니다.

신입 직원 한 사람이 스스로를 자주 돌아보는 눈빛을 하고 있었습니다. 돌아본다는 말은 너무 관대하고, 실은 되씹고 있는 것에 가까워 보였지요. 말이 줄고, 웃음도 줄고, 눈빛이 자꾸 안으로만 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꺼낸 말.

“제가 이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날,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무게를 짊어진 사람의 걸음은 대체로 조용하고, 대체로 외롭습니다.

그렇다고 말을 쉽게 건넬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조용한 고백 앞에서 ‘충분하다’거나 ‘잘하고 있다’는 말은 왠지 가벼워 보입니다.

그보다 더 필요한 건, 당신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함께 바라보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이 있습니다. 적응이라는 단어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어딘가에서,

자신이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지 묻고 또 묻는 시간.

내가 너무 부족한 건 아닌지, 실망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 질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는 시절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누군가가 내 옆에 조용히 앉아 있어주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해답을 주는 말보다, 나를 조급하게 몰아세우지 않는 기척.

‘당신이 어디쯤 있는지를 나는 알고 있고, 지금은 이 속도로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던 마음.

그래서 저는 앞으로 말 대신 방향을 건네려고 합니다.

결과로만 평가받는 대신, 과정의 결이 잘 보이도록 조명해주려고 합니다.

그 사람의 리듬이 망가지지 않도록, 일의 속도를 조율하는 손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있어서 우리가 더 나아졌습니다’라는 말을,

그 사람이 필요로 하지 않을 때쯤, 조용히 건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그 자리에 있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확신.

그건 스스로 얻는 것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시선과 말로부터 조금씩 자라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말은 조심스러워야 하고, 존재는 더더욱 조심스레 다루어야 한다는 걸 오늘 다시 배웁니다.


2025.07.12.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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