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증명] 계약해지 통보 목적의 내용증명 작성 시 유의사항

변호사 · 2025. 9. 22.

계약이라는 것은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모든 신뢰가 끝까지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설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든가, 대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든가, 서로의 의무를 더는 이행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많은 분들은 “그냥 이제 일을 그만하라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의 세계에서 기록되지 않은 의사표시는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내용증명을 고민하고 계시는 것이겠지요.

특히 건축 분야에서는 계약 해지 문제가 자주 불거집니다. 예를 들어 건축사가 설계비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더 이상 일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단순히 전화를 걸어 “계약 끝내겠다”고 한 것만으로는 법적으로 해지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건축주가 설계 결과물이 불만족스럽다고 하여 “당신은 이제 필요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계약이 종료되지도 않겠습니다. 결국 해지의 효력이 인정되려면 정확한 방식으로, 계약의 내용에 맞게 해지의 의사표시를 전달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도구가 바로 내용증명입니다. 계약 해지는 상대방의 동의가 없어도 일방적으로 가능하지만, 그 효력이 법적으로 인정되려면 해지의 근거, 해지 사유, 해지의 시점이 분명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단순히 불만을 토로하는 편지가 아니라, “이러이러한 이유로 계약을 이 시점부터 종료한다”는 선언이어야 하는 것이지요.

실무에서 흔히 보는 잘못된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건축주가 “설계가 부실해서 계약을 해지한다”는 문구만 적어 보낸 경우, 이후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을 위반했는지가 빠져 있어 해지 사유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건축사가 대금을 받지 못해 해지를 통보하면서 “계속 돈을 안 줘서 일을 못 하겠다”고만 적은 경우, 계약의 어떤 조항에 따라 지급 의무가 있었는지를 명확히 하지 않아 다툼의 여지를 남기게 됩니다. 결국 애매한 문구는 상대방의 반격을 허용하고, 원래는 유리했을 수도 있는 해지가 오히려 무효로 취급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계약 해지를 위한 내용증명에는 무엇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까요? 법적 요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사자 표시: 발신인·수신인을 정확히 기재. (법인일 경우 법인명과 대표자 성명 포함)


계약의 특정: 언제, 어떤 명칭의 계약을 체결했는지 명시.


위반 사유의 특정: 계약의 어느 조항(또는 과업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시.


해지 의사표시: 단순한 경고나 불만이 아니라, “이 시점부터 계약을 해지한다”는 명확한 의사표시.


후속 조치 안내: 미이행 시 손해배상 청구, 대체계약 체결, 소송 제기 등 향후 대응 방안 제시.


날짜와 서명: 발신일자, 발신인 서명 또는 날인.


감정적 표현 배제: 법적 요건과 무관한 감정 섞인 표현은 불리한 증거로 남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함.


내용증명으로 해지를 통보하는 순간, 그 계약은 단순한 구두 다툼을 넘어 법적 절차로 진입하게 됩니다. 작은 표현 하나가 “해지 통보”와 “단순한 항의”를 갈라놓습니다. 특히 건축 분야에서 계약의 존속 여부는 곧바로 금전적 책임과 직결되므로, 문구 하나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계약을 끝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셨다면, 그 첫걸음을 몇 분 만에 간단히 적어 내는 대신, 정확한 근거와 전략을 담아내는 것이 현명합니다. 때로는 전문가와 상의하여 내용증명의 방향을 설계하는 것이, 불필요한 소송을 피하고 권리를 지키는 가장 안전한 길이 됩니다.

2025.09.22.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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