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감정] 판결 이후의 시간

변호사 · 2025. 11. 24.

판결이 선고되는 날이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법정에 들어섭니다. 누군가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일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판결문이 낭독되는 그 순간의 공기는 이상하리만큼 무겁습니다.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쉽게 웃지 못합니다. 그것이 재판의 마지막 날 관찰되는 특이한 풍경입니다.

재판은 분쟁을 법의 말로 정리합니다. 그러나 판결은 언제나 한쪽의 말을 받아들이고, 다른 쪽의 말을 배제하는 결론을 가집니다. 각 사안마다 다른 결론을 내는 경우에도, 승자와 패자는 항상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진실이 무시됐다’고 느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제라도 인정받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 둘 사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모두가 지쳐 있고, 모두가 무언가를 잃었습니다. 판결이 정의를 세웠더라도,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종종 판결 이후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법정 안에서는 단호했던 의뢰인이, 선고 후 복도에 앉아 조용히 손을 떨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고 묻습니다. 그 질문에는 결과로부터 나오는 아픔만이 아니라, 싸움으로 채워진 지난 시간의 공허함이 섞여 있습니다. 어떤 판결은 정의롭지만 잔인하고, 또 어떤 판결은 불완전하지만 사람을 살립니다. 그러나 법은 그 둘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저 법리에 따라, 절차와 형식에 따라, 결과를 내릴 뿐입니다.

이긴 사람도 결국 외로워집니다. 승소가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상대를 이겼다는 사실보다, 그 동안 겪어온 고통으로부터 나온 공허함이 오랫동안 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 사람 또한, 법정 밖에서는 여전히 자신이 옳았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은 때로는 자신을 지키는 힘이 되지만, 때로는 평생 내려놓지 못할 무게가 됩니다.


재판은 끝나도 삶은 계속됩니다. 판결문에는 ‘이후의 문장’이 없습니다. 거기에는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도,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이렇게 느낍니다. 판결은 사건 자체의 종결일지는 몰라도, 사람에게는 아직 미완의 문장이 계속되고 있는 것 뿐이라고.

법률가들은 항상 ‘종결’을 구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만 합니다. 판결 이후의 시간은, 이긴 자에게도 진 자에게도 똑같이 필요합니다. 냉정했던 절차를 지나온 사람들에게, 세상은 다시 따뜻함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기다림 속에서 조금씩 배우게 됩니다. 옳음보다 따뜻함이, 정의보다 이해가, 때로는 더 큰 회복을 만든다는 것을.

2025.11.24.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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