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이 놓치고 있는 ‘안전’의 가치

건축사 · 2026.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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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2-1) 건축물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hw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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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2-2) 건축물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hw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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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건축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설계와 법의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전문가로서 제가 늘 되새기는 질문이 있습니다. 전문가로서 지켜야 할 선은 어디까지이며, 우리가 다루는 종이 위의 선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안타깝게도 그 ‘사람의 안전’보다 ‘행정의 편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합니다.


안전의 독립성을 흔드는 ‘건설사업관리자 우선지정’

이번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건설사업관리를 시행하는 경우, 해당 건설사업관리자를 해체공사감리자로 우선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시·도지사가 관리하는 감리자 명부에 없어도 지정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는 해체감리의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조치입니다.

건설사업관리는 본래 공기 단축과 원가 절감, 품질 향상을 목적으로 합니다. 반면 해체공사감리의 본질적 목적은 오로지 ‘안전’입니다. 발주자와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건설사업관리자가 감리까지 맡게 된다면, 전체 공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위험 요인을 눈감아줄 우려가 큽니다. 실제로 광주 화정동이나 인천 검단 아파트 사고 등 대형 안전사고들은 건설사업관리가 이루어지던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일괄 신청과 동일 감리자 지정이 불러올 관리의 부재

둘 이상의 건축물을 해체할 때 신청서를 일괄 제출하고 동일한 감리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목도 우려스럽습니다. 행정 절차는 편해지겠지만, 건축물마다 다른 노후도, 구조 형식, 주변 여건 등 개별적 위험 요인이 간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규모 현장에 동일 감리자가 지정되면 관리 가능 범위를 초과하게 되어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합니다. 특히 해체 공사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감리원이 중복·허위 배치되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제어할 장치가 현재로서는 부재한 실정입니다. 안전은 ‘효율’의 대상이 아니라 ‘철저한 분리’와 ‘독립적 감시’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전문가의 권위는 ‘신뢰’와 ‘책임’에서 나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 집단의 권위를 지탱하는 것은 법률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입니다. 건축사의 도장이 단순한 날인이 아니라 “품질과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인 것처럼, 해체감리 제도 또한 공공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입니다.

행정 효율화를 사유로 특정 집단에 특혜를 부여하고, 안전 통제 체계를 약화시키는 것은 결국 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수많은 피와 땀이 필요합니다.


결론

법은 정의를 세우는 틀이나, 그 정의의 목적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데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해체공사 현장의 안전이 행정 편의주의에 밀려나서는 안 됩니다. 해체감리자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번 개정안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을 위한 일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26.04.20.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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