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신문 기고문] 건설사업관리와 감리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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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칼럼] 건설사업관리와 감리 사이의 관계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건설기술진흥법 제2조(정의)5. “감리”란 건설공사가 관계 법령이나 기준, 설계도서 또는 그 밖의 관계 서류 등에 따라 적정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거나 시공관리ㆍ품질관리ㆍ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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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날아오는 먼지 섞인 후끈한 공기와, 계약서류 뒷면에 숨은 차가운 법리를 사이에서 늘 마주치는 실무적 딜레마가 있습니다. 바로 사업 효율과 공사 안전의 충돌입니다. 최근 건설 업계와 입법 예고를 둘러싸고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일 것입니다. 핵심은 건설사업관리자(CM)에게 그 공사의 해체감리 업무까지 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건축사신문에 기고한 칼럼이 고맙게도 지면에 실리게 되어, 블로그를 통해 실무자 여러분과 현장의 솔직한 판단 기준을 다시 한번 공유하고자 합니다.
현장에 계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시겠지만, 재건축과 같은 현장에서 기존의 건물을 해체하는 해체공사는 새로 짓는 신축보다 훨씬 예민하고 위험한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빈 땅에 새로운 건축물을 쌓아 올릴 때에는 눈앞에 설계도면이라는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지만, 부술 때는 구조물의 노후도나 건축물의 생애에서 발생한 보이지 않는 변수들이 예고 없이 튀어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행정적 편의와 예산 절감이라는 유혹 아래, 이 위험천만한 현장의 안전을 담당할 최후의 보루를 그 사업의 사업관리자에게 통째로 넘겨주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실무에서는 “어차피 기술자가 나가서 현장 관리하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며 뭉뚱그려 생각하곤 합니다. 건설기술진흥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의 문구를 대조해 보면 실제로 감리가 건설사업관리라는 거대한 업무들 사이의 하위 구성 요소처럼 정의되어 있으니, 법률 비전공자 입장에서는 헷갈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법적 형식과 실질적 직무의 본질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리스크가 나타나는 실무 판단의 기준은 단 하나, 바로 충성심의 방향입니다. 건설사업관리(CM)는 본질적으로 발주자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용된 대리인(Agent)입니다. 공기를 단축하고 예산을 아끼기 위해 장부를 보며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들겨야 하는 자리입니다. 반면 감리는 발주자에게 대가를 받더라도 독립된 위치에서 시공자와 발주자 모두를 견제하며 공공의 안전을 지키는 ‘독립적 감시자’여야 합니다. 발주자가 아무리 일정을 독촉하더라도 현장이 위험하다면 공사를 멈춰 세울 수 있는 최후의 브레이크인 셈입니다.
만약 CM이 같은 사업의 해체감리 도장까지 손에 쥐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안전 공법을 강제하거나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려야 하는 순간, CM의 머릿속에서는 건축주의 예산과 시민의 안전 사이에서 치명적인 직무상 이해충돌이 발생하게 됩니다. 진짜 함정은 사고가 터진 이후에 드러납니다. 법정에서는 “발주자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거나 “공기가 너무 촉박했다”는 등의 핑계가 전혀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감리자에게 부여된 독립적 안전 감시 의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지 않은 점만을 들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습니다. 효율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 숨은 위험을 보지 못하면, 현장의 안전은 언제든 타협 대상이 되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실무자가 지게 됩니다.
안전은 발주자의 주머니 사정이나 관리의 편의성과 저울질하며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도면과 서류에 찍히는 도장 하나, 선 하나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의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법은 멀고 현장은 급하다는 핑계로 감리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그 대가는 비극적인 안전사고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입니다. 돈을 아끼려는 손과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손은 엄격히 분리되어야 마땅합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행정적 포함 관계와 실질적 직무 독립성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법적 리스크를 실무자의 시선에서 날카롭게 짚어보았습니다. 자세한 논리와 구체적인 법리적 근거는 링크로 붙여 드린 건축사신문에 게재된 원고 전문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시는 설계팀장, PM, 계약 담당자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2026.05.21.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