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불안감과의 화해
“참 부럽습니다.” “안정된 자리에서 일하시니까, 마음이 편하실 것 같아요.” “이만하면 충분히 잘 살고 계신 거잖아요.” 가끔 그런 말을 듣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저는 잠시 멈칫하다가, 웃으며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합니다. 마음속 어딘가는 고마움과 멋쩍음, 그리고 조금은 미안한 감정이 뒤섞입니다. 아마도 그 말들이 전부 틀린 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누군가의 눈에 비친 지금의 저는 안정되어 보이고, 제법 잘 버텨온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그 ‘괜찮아 보임’ 속에서 오히려 더 작아지고, 위축될 때가 있습니다.
어떤 날은, 아무 문제가 없는 듯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걱정이 밀려옵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해냈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준비해온 것들이 생각만큼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의 노력이 내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저는 주춤합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또렷한 말과 단정한 표정으로 자신을 설명하지만, 돌아서고 나면 그 안에서 작게 흔들리는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저는, 불안이란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예전처럼 불안을 숨기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려 애쓰면서도, 그 속의 흔들림을 애써 외면하지 않고, 가끔은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불안해도 괜찮다고, 오늘의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려 애씁니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엇갈리지만, 그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중심을 잡아보려 합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어제보다 조금은 단단해졌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봅니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들이 때로는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말을 계속 이어갑니다. 불안은 삶의 일부이고, 흔들리는 감정은 숨겨야 할 흠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감촉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언젠가 지금의 이 감정들이 지나간 자리에도, 의미 있는 무언가가 남아 있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2025.05.10.
이 규 황
변호사 | 건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