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나라는 풍경 속, 아직 어린 나에게
살아가면서 종종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작은 실패 앞에서 흔들리고, 예상치 못한 비난에 마음 깊은 곳이 얼어붙는 저를 자주 마주합니다. 제 안에는 여전히 누군가의 인정과 다정한 한마디를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남아 있음을, 부끄럽지만 인정하게 됩니다.
어릴 적 저는 세상을 두려워했습니다. 어른들의 표정 하나, 말끝에 실린 작은 뉘앙스에도 쉽게 흔들렸습니다. 다정함과 무관심, 칭찬과 질책 사이를 오가며 스스로를 가늠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사회생활을 하고, 조직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어느 정도 단단해졌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문득 깨닫습니다. 저는 여전히 세상의 평가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단지 그 불안을 감추는 방법을 익혔을 뿐이라는 사실을.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인정하고도 그 안에서 책임을 내려놓지 않는 것임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불편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내 선택과 행동의 결과를 조용히 감당하려는 마음. 비록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하더라도,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태도. 서툴지만, 매일같이 그 연습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저에게 주어진 어른의 모습인 듯합니다.
가끔은 저를 키워주셨던 어른들의 세대를 떠올립니다. 그들은 강해야 했습니다. 허술함을 용납하지 않는 시대,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고 다독임보다 단호함을 선택해야 했던 시간들. 그런 환경 속에서 길러진 이들의 사랑은 때로 서툴고 거칠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이해합니다. 그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그들 나름의 최선이었다는 것을.
그 시대를 지나온 저 역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른입니다. 어느 순간에는 다 자란 척 자신을 다그치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조그만 불안에도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제는 안간힘을 쓰며 억누르지 않습니다. 내 안에 남아 있는 어린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다정하게 바라보려 합니다. 때로는 손을 잡아주고, 때로는 조용히 등을 토닥이며 함께 걷는 것. 그것이 진짜 성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저는 완벽한 어른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하루를 건너 하루를 이어가며,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으려 애쓰는 중입니다. 흔들리고 무너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려는 저의 작은 다짐이, 저를 조금씩 앞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믿습니다. 내 안의 어린 나와 함께 걸으며, 조금 서툴더라도, 어제보다 오늘 더 따뜻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025.05.13.
이 규 황
변호사 | 건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