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답다'

수필 · 2025. 8. 12.

일하면서 만나는 책상에 앉은 사람들, 미팅에 들어온 사람들은 별다른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일이 많든, 마음이 무겁든, 속으로는 울고 있든 간에, 얼굴은 늘 똑같습니다. 차분하고, 단정하며, 아무렇지도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그 ‘아무렇지 않음’이야말로, 이 일을 오래 해온 사람의 표식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감정을 감추는 연습을 했을까요. 처음 발표에서 실수했을 때 눈물이 날 뻔했지만 꾹 참았던 순간, 부당한 말을 들었지만 웃으며 넘겼던 그 날부터였을지도 모릅니다. 아무 일도 아닌 듯 말하는 법, 지적을 받아도 미동 없이 고개 끄덕이는 법, 칭찬을 들어도 표정을 바꾸지 않는 법. 누군가는 그것을 ‘프로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감정을 통제하고, 오로지 이성적으로만 상황을 판단하며, 감정적이 되지 않는 프로. 하지만 그게 정말 ‘감정이 없는’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문제를 지적할 때도, 억울함을 토로받을 때도,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를 받을 때도, 우리는 웃는 얼굴을 유지합니다. 실은 피로하고, 분하고, 겁나고, 속상한데, 그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감정은 안에 남기고, 얼굴에는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이 직업에서 요구받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책임 있는 자리에 갈수록, 감정은 더 큰 리스크로 간주됩니다. 팀장이 흔들리면 팀 전체가 불안해진다는 말, 대표가 흔들리면 회사가 무너진다는 말.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봉인합니다. 웃는 얼굴이라는 단단한 갑옷을 입고, 그 속에서 꾹 눌러 숨을 쉽니다.

하지만 그 무표정은 우리를 지켜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잃게도 만듭니다. 감정을 나누지 못한 채 몇 해를 버티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잘 모르게 됩니다. 기쁜지, 슬픈지, 힘든지조차 헷갈립니다. 감정의 언어를 잃어버린 채, 감정 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살아갑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반드시 무책임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감정을 적절히 드러내고, 그것을 함께 다룰 수 있는 조직과 관계가 더 오래 가기도 할 것입니다. 무표정을 유지하는 대신, 나는 사실 괜찮지 않다는 말 한 마디를 꺼내는 것. 약골로 치부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남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모든 감정을 얼굴에 드러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얼굴이 나를 잃게 만들지는 않아야 합니다. 이성이라는 갑옷은 나를 보호하지만, 동시에 나의 온도를 잃게도 합니다. 차가운 이성의 금속 안에서 나라는 사람의 숨결이 점점 식어가지 않도록, 그 갑옷 너머의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의 감정만큼은, 최소한 나 스스로는 알아차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5.08.12.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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