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찌르면 피가 납니다.

수필 · 2026. 4. 5.

저는 원래 싸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언제나 나이에 맞지 않는 완장을 차고, 나이에 맞지 않는 멍에를 지고 미팅 테이블에 앉아 차분하고 단정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사실은, 아직도 타인과 날 선 대립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은,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결코 익숙해질 것 같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철가면을 쓰고 상대를 마주하는 그 매 순간이 저에게는 여전히 버겁고 낯선 일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본질적으로 타인의 고통과 갈등의 한복판에 서서 누군가와 맞서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적인 감정을 배제한 채 논리와 법리로 무장하여 상대의 주장을 무너뜨려야 하는 것이 제가 수행해야 할 전문적인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는 조직 내에서 지극히 잘못된 행동을 한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의무에 따르며, 규정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며 엄정하게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다툼이 발생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원칙대로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었지만, 날 선 작두를 타는 것 같은 시간 속에서 저의 내면은 결국 상처를 입었던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프로페셔널한’ 무표정을 유지했을지 모르나, 차가운 가면 안에서 제 마음까지 차갑지는 않았는지, 얼마간의 통증을 느꼈습니다.

문득 사람들은 왜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그 보편적이고 단순한 원칙을 외면하는 것인지 묻게 됩니다. 서로가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정직하게 행동하는 신의성실의 원칙 - 또는 정언명령 - 이야말로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현명한 태도임에도, 왜 현실에서는 그토록 쉽게 무너지는 것일까요.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들이 정말로 자신에게 이롭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믿는 것인지, 그 마음의 깊은 곳을 이해하기가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어렵고 복잡하며, 나의 의지나 정의감만으로는 도무지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정해진 교과서 안에서 정답을 찾아내고, 그저 공부만 잘하면 모든 인생의 경로가 순탄하게 풀릴 것만 같았던 그 명료하고 단순했던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2026.04.05.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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