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책임 없는 권한, 그 끝은 어디인가

수필 · 2025. 10. 13.

우리는 종종 어떤 전문가 집단이 “**우리만은 다를 것”**이라는 자부심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정당화하는 모습을 봅니다. 사회가 그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그 권한을 남용하지 않고 신중히 행사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자부심이, 때로는 가장 큰 위험을 낳습니다. 자신들이 가진 권력이 견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작은 실수쯤은 덮어질 것이라는 안이함이 바로 그 위험의 이름, ‘도덕적 해이’입니다.

최근 우리는 공적 권한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소홀히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칙을 지키지 못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실수’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순간부터 모든 절차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그 집단 전체의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전문가가 자신의 권한을 믿고 조금의 부주의를 용인하는 순간, 그 피해는 국민 전체에게 돌아옵니다.

더 큰 문제는 태도입니다. 책임을 묻는 질문 앞에서 겸허하게 대답하기는커녕, 오히려 질문 자체를 불편해하는 몸짓과 시선으로 맞서는 모습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권위에 기대어 국민의 대표 앞에서도 오만함을 감추지 못한다면, 이미 그 순간 책임은 사라지고 권력만 남았다는 뜻이겠지요. 작은 오만의 제스처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저 집단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강력한 신호로 읽힌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도덕적 해이는 거창한 비리에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작은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이 정도는 괜찮다”, “내가 책임지면 된다”는 말 뒤에는,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공백만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고스란히 사회가 감당하여야 할 비용입니다.

우리가 전문가를 존중하는 이유는 단순한 지식 때문이 아닙니다. 그 지식을 다루는 태도, 즉 엄밀함과 책임감이야말로 전문가를 전문가답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권한이 클수록, 그 권한은 더 무겁게 행사되어야 합니다. 책임 없는 권한은 언제나 부패로 향하는 지름길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어느 집단에 속하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가진 권한과 지식이, 과연 사회를 더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가? 아니면 눈앞의 편의를 위해 신뢰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가? 작은 균열이 결국 거대한 붕괴를 불러온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목격해 왔습니다.

권한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그 단순한 진실을 잊는 순간, 전문가 집단은 더 이상 그러한 권한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2025.10.13.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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